작업 Review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마음까지 읽어내는 수사속기사

서OO 회원님2024.04.11조회수 165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제주해바라기센터에서 메인속기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저는 원래 개발자(프로그래머)로 몇 년 정도 일을 했었는데 열악한 근무환경과 밤낮없이 일한 결과가 매번 똑같은 월급으로 찍히는 걸 보고 이렇게는 안 되겠다, 
내가 한 만큼 벌겠다며 호기롭게 때려치운 후 컴퓨터 강사로 일하며 속기사를 준비하게 되었는데요.
대학생 때도 고민하고 충분히 알아봤었던 직업이지만, 사실 경제 활동을 하면서 공부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프리랜서 강사였기 때문에 일정만 잘 정리하면 공부할 시간은 충분히 낼 수 있었어요! (점점 공부에 집중하며 일을 많이 포기했지만요...^^)
공부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운이 좋게도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경찰청 해바라기센터 일을 하게 됐어요.
경찰청 해바라기센터에서 일하면서 크게 느낀 건 여러 방면에서 배우고 얻는 게 많은 직업 같다는 거예요!
그 이유를 이제 소개할게요~~~

1.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주시는 섬세함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는 얘기만 들어도 너무 막막했어요.
공부와 실무는 전혀 다를 텐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고요ㅠㅠ 
근데 온라인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체계적으로 잘 알려주시고 교육까지 해주셨습니다!
무려 1대1 강의로 말이죠! 시간도 저 편할 때로 잡아주시구요! 그리고 교육 후...



저의 질문 길이 보이시나요...?
하지만 그보다 엄청나게 길고 자세한 답변으로 항상 저를 응원해 주셨습니다ㅎㅎ
부족함 많은 학생이라 저 사진의 내용이 전체의 10분의 1도 안되지만..ㅠㅠ
끝까지 정말 성심성의껏 알려주셨답니다... 정말 복 받으실 거예요!ㅠ
공부할 수 있는 자료도 주시고 연습파일을 보내드리면 피드백까지 상세하게 해주시면서 거기다가 업무 꿀팁까지 진짜 다~~~ 알려주셨어요!

2. 체계적인 인수인계



조서 작성 과정 등을 배우기 위해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갔던 첫날이 생각나네요.
제주해바라기센터는 병원 내부에 있는데, 지문인식을 하고 들어가면 해바라기센터 소속 경찰관님들과 상담사님들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계십니다.
처음 들어서자마자 사무실 같은 분위기에 오잉? 상상했던 거랑 다른데? 하고 있는 와중에 따뜻한 분위기의 경찰관님들과 상담사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속기작업을 하는 방으로 안내해 주셨어요! (센터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제주해바라기센터는 여성 100% 구성으로 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기존에 계시던 메인 속기사님이 오셔서 센터에 맞는 양식 등등을 다시 한번 알려주시고 실시간으로 속기록 작성하시는 것도 보여주셨어요!

3. 색다른 업무 환경

지역 센터별 환경은 저마다 다르며 해당 사진은 저의 작업 환경 모습이에요ㅎㅎ 
실제로 많은 자료들이 있는 곳이라 조금 정신없어 보이고, 좁아 보일 수 있답니다.
그리고 제 작업 PC 앞 유리로 보이는 방에서 실제 피해자의 진술이 이뤄지는데, 
피해자가 옆 방에 와있을 때 제가 있는 곳이 밝으면 흐릿하게나마 물체가 비칠 수 있어 
실제로는 불을 꺼놓고 아주 어두운 상태에서 조서 속기록 작업이 이루어진답니다. (사진은 최대한 밝게 찍었어요.)

보안상 꺼놓았지만, 오른쪽 보이는 PC에서 경찰청 시스템으로 피해자가 위치한 방의 영상녹화가 이루어지고, 
제 작업 PC에서는 오른쪽 PC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받아와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타임머신으로 말이죠!!!
저 공간에 수사 관련 다른 경찰분들도 들어오시고 심리학 쪽 의사님들도 들어오셔서 사건에 대한 말을 나누시기도 하는데 
이어폰 끼고 작업하고 있으니 어둡고, 불편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저 혼자만 있는 것 같아 집중이 잘 된답니다ㅎㅎ

4. 개인 시간 관리
조사가 잡히면 일자와 조사 시작 시간을 알려주시는데, 그날 그 시간에 가서 준비를 해놓고 
조사가 시작되면 열심히 조서를 작성한 뒤 전달하고 정리하고 집에 가면 됩니다!
강사 일도 하고 있고, 아직 이런저런 공부도 하는 저한테는 정말... 이보다 좋을 수 없죠!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이 아니라서 개인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정말 짱이에요!
사건이 갑작스레 생길 수도 있어 한 번씩은 스케줄 관리가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장점이 더 많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몸과 마음이 아프실 피해자 분들이 용기를 내어 오셔서 진술하는 과정에서 
그분들이 저를 보지는 못하시지만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저는 최선을 다해 그분들의 진술을 기록으로, 
증거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뿌듯함을 항상 느끼는 것 같아요.
수사속기는 기초 자료로 많이 사용될 뿐 아니라 진술의 유효성이나 당시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행동 양식까지 작성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처음에는 사실 제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피해자분들 생각에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왜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시지? 하면서 같은 내용이 반복될 때마다 울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이제는 어떤 상황을 전하려고 반복 행동을 하시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더 정확히 기록하고자 노력한답니다.
피해자분들이 저를 기다리시지 않도록 얼른 제 실력을 향상시켜서 도움만 드리고 싶어요. 
저 이렇게 책임감을 갖고 매일매일 열심히 하다 보면 빠른 시일 안에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겠죠?

검찰청 속기사가 목표이거나, 수사속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시면 모두 도전하세요!
나의 기록이, 내 이름이, 누군가를 위해 의미 있게 쓰인다는 걸 가까이에서 느끼며 일할 수 있습니다!